평범한 부장님의 두 얼굴, SBS 〈김부장〉을 보고
퇴근길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발을 멈추게 만든 드라마가 있다.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 제목만 보면 회사 생활 애환을 다룬 오피스 드라마 같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늘은 이 작품의 이야기와 보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보려 한다.
어떤 드라마인가
〈김부장〉은 2026년 6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로, 네이버 웹툰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소지섭이 13년 만에 SBS 안방극장으로 복귀하며 주연을 맡았고, 최대훈, 윤경호, 주상욱, 손나은 등이 힘을 보탠다. 전체 10부작으로 편성됐고, 본방송 이후에는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아빠가, 하나뿐인 딸을 되찾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겉으로는 저축은행 회계팀에서 만년 부장으로 일하는 소시민이지만, 사실은 북파와 남파를 오가며 수많은 특수 작전을 수행했던 전직 공작원이라는 반전이 이 드라마의 뼈대다. 딸을 낳던 날 세상을 떠난 아내는 그에게 "과거는 모두 잊고 그저 딸의 아빠로 살아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김부장은 그 약속을 지키며 조용히 숨죽여 살아간다. 하지만 딸 민지가 학교폭력 사건에 억울하게 휘말리고 급기야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오랫동안 눌러왔던 그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이 재미있는 지점은 김부장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오랜 친구 성한수, 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박진철까지, 저마다 파란만장한 과거를 숨기고 있는 '아빠들'이 한데 뭉치면서 이야기가 굴러간다. 이른바 '아빠 유니버스'라 불릴 만큼 중년 남성들의 능청스러운 일상과 폭발적인 액션이 공존하는 것이 이 드라마만의 매력이다.
방영 중 화제성
첫 회 시청률 9.5%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회를 거듭할수록 무섭게 상승해 4회 만에 21%를 넘겼고, 올해 방영된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소지섭 특유의 무게감 있는 눈빛 연기와, 잔잔한 일상 속에 숨겨둔 액션 히어로의 반전 매력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보면서 느낀 점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액션 신의 쾌감보다도 오히려 초반부, 김부장이 딸을 지키기 위해 가해자 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이었다. 특수 요원 출신이라는 엄청난 반전을 갖고 있으면서도, 딸 앞에서는 그저 자존심을 굽히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아빠의 모습이 오히려 더 짠하게 다가왔다. 강한 사람이 강함을 숨기고 약자로 살아가는 모습에는 어떤 서글픔이 있다.
또 하나 마음에 남은 건 딸 민지가 아빠에게 던진 말이었다. 아빠가 자신을 지키려고 애쓰지만, 정작 자신의 외로움은 제대로 헤아려주지 못했다는 그 한마디는, 자식을 지킨다는 것이 물리적인 위협으로부터의 보호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액션 느와르라는 장르 안에 이런 섬세한 부녀 관계의 결을 녹여낸 점이 이 드라마를 단순한 복수극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물론 장르 자체가 주는 쾌감도 크다. 무표정한 회사원이었던 인물이 순식간에 전투 본능을 드러내는 그 낙차, 그리고 각자 다른 무기와 전투 방식을 가진 '아빠들'이 팀을 이뤄 움직이는 모습은 보는 재미를 확실히 보장한다. 다만 회상 장면 일부에서 AI 영상 기술을 활용한 부분은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반응도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그 지점은 조금 아쉬웠다.
마무리하며
〈김부장〉은 '평범함'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반전과, 그 가면을 쓸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부성애를 동시에 다루는 드라마다. 화려한 액션에 이끌려 보기 시작했다가, 결국 마음에 남는 건 딸을 향한 아버지의 서툴고도 절박한 사랑이라는 점이 이 작품의 진짜 힘이 아닐까 싶다. 아직 방영이 진행 중인 만큼, 남은 회차에서 김부장과 딸의 관계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계속 지켜보고 싶어진다.
※ 이 글은 방영 중인 드라마의 초반부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이후 전개에 따라 느낀 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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